쉘 실버스타인, 주는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어릴 때 읽었던 그림책을 나이가 들어 다시 펼쳐보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그런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아이를 사랑하는 나무의 이야기처럼 읽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나무의 모습에서 평생 자식을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며 살아온 부모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을 내어주고,
때로는 가진 것까지 내어주면서
자식이 잘 살아가기를 바랐던 시간들.
돌이켜보면 부모의 사랑은 참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끝까지 내어주는 나무의 사랑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는 한 소년과 나무가 등장합니다. 소년은 나무와 함께 놀고, 나무에게서 열매를 얻고, 자라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나무에게 여러 가지를 부탁합니다. 나무는 소년에게 줄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내어줍니다.
열매를 주고,
가지를 내어주고,
마침내 자신의 몸통까지 내어줍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소년이 다시 찾아왔을 때 나무에게는 거의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무는 소년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모의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식이 어릴 때는 먹이고 입히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자식이 자라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고, 어른이 된 자식에게도 부모는 늘 마음 한편을 내어줍니다.
자식이 잘되면 기뻐하고
자식이 힘들면 함께 마음 아파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을 흔히 ‘아낌없는 사랑’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왜 나무를 닮았을까
시니어의 눈으로 이 책을 다시 바라보면 조금 다른 생각도 듭니다. 부모의 사랑은 왜 나무를 닮았을까.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열매를 내어주고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한자리에 서 있습니다. 부모 역시 자식이 자라는 동안 자신의 많은 것을 내어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는 동안 ‘내가 무엇을 얼마나 주었는가’를 잘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며
내가 조금 더 참으면 되고,
내가 조금 더 양보하면 되고,
내가 조금 더 힘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수십 년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지금 다시 읽는 부모 세대에게는 나무의 사랑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남겨두었을까?’ 이 질문도 함께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조금씩 내어줄 시간
자식을 위해 살아온 시간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성장한 뒤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는 부모도 잠시 쉬어도 괜찮습니다.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읽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다시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사용했던 시간을 이제 조금씩 나를 위해 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이런 질문을 남기는 그림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남은 시간에는 나 자신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어쩌면 인생 후반에 이 책을 다시 읽는 이유는 나무처럼많이 주었던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기 위해 서가 아니라, 이제는 나 자신도 소중하게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