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엄마 마중’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 이제는 나를 기다리는 엄마

이태준 글·김동성 그림으로 다시 만나는 기다림과 가족의 마음

어릴 때는 그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로 읽었던 그림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다시 펼쳐보니 아이의 마음도 안쓰럽지만 기다리는 아이를 생각하며 종종거리며 애가 탔을 엄마의 마음이 보입니다. 아이의 마음 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태준의 글에 김동성의 그림이 더해진 그림책 『엄마 마중』은 짧은 이야기 속에 가족의 시간과 기다림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히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읽는다면 같은 장면을 보고도 서로 다른 기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엄마 마중』, 기다림은 왜 이렇게 오래 기억될까

아이에게 엄마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사람입니다. 엄마가 돌아오는 길목에 나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지금처럼 휴대전화로

“어디야?”

“몇 시에 와?”

하고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아이에게 기다림은 꽤 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가 오기를 믿고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이 짧은 기다림 속에는 아이의 설렘과 외로움, 기대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이 장면을 바라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릅니다. ‘우리 엄마도 기다리는 나를 생각하며 얼마나 맘 졸이셨을까!

어린 시절에는 ‘기다리는 아이’가 보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이 책을 읽으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기다림입니다. 엄마가 언제 올까. 혹시 늦어지는 것 아닐까. 저 멀리서 엄마가 오는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에는 이런 마음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엄마가 오면 안심하고,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합니다.그때는 몰랐습니다. 엄마에게도 아이를 향한 기다림이 있었다는 것을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다르게 읽는 그림책

이 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세대에 따라 공감하는 지점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엄마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젊은 부모라면 ‘내 아이도 나를 이렇게 기다릴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중년 세대라면 ‘우리 부모님도 나를 많이 기다리셨겠구나’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60대 이후에는 ‘이제는 내가 부모의 기다림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같은 그림책인데도 삶의 경험에 따라 보이는 장면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엄마 마중』은 아이만을 위한 그림책이라기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어볼 만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아이들과 우리가 자란 시대의 가장 큰 차이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기다림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릴 때는 누군가를 기다리려면 정말 기다려야 했습니다. 전화 한 통 하기도 쉽지 않았고, 정확한 도착 시간을 알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기다림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왜 안 오시지?’

‘조금 있으면 오시겠지.’

‘저 사람이 엄마인가?’

기다림 자체가 하나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다릅니다. 휴대전화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메시지를 보내면 곧바로 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훨씬 짧아졌습니다. 편리해진 대신 우리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막연한 기다림의 감정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엄마 마중』은 요즘 부모와 아이에게 오히려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 세대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60대 전후의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던 길. 해가 조금씩 기울던 저녁. 집에서 나를 기다리던 엄마. 혹은 반대로 내가 부모가 되어 자녀를 기다렸던 시간. 아이를 키우며 하루 종일 정신없이 지내다가도 자녀가 늦게 들어오면 현관 쪽으로 귀를 기울였던 기억.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은 그 순간에는 일상이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추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 마중』을 60대 이후에 읽어야 하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받는 사랑’보다 ‘주었던 사랑’을 돌아보게 됩니다. 부모에게 받았던 사랑. 자녀에게 주었던 사랑.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수많은 마음들. 『엄마 마중』은 아주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습니다. 한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아주 평범한 장면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오래 남는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책은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책만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엄마에게 연락해보면 어떨까요?

이 책을 덮고 나면 문득 전화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엄마, 잘 지내?” 짧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미 곁에 계시지 않는다면, 그 시절의 엄마를 잠시 떠올려보는 것 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기다렸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게 했던 사람이니까요. 『엄마 마중』은 결국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이면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부모의 마음을 알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혹은 부모님과 함께 이 그림책을 펼쳐보세요. 같은 그림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어쩌면 책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글은 아이와 엄마가 만나지 않은 생태로 끝납니다. 마음이 너무 안쓰럽고 먹먹한데 그림책을 한 장 넘기니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여 안심하면서 책을 덮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이유

•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꺼내볼 수 있습니다.
•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좋습니다.
• 60대 이후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과 부모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 아이에게는 ‘기다림’과 ‘가족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세대가 달라도 서로의 경험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한 권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각자의 ‘엄마 마중’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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