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무엇을 선물할까|김은미 『선물』이 건네는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비할 때면 무엇을 고를지 한참을 고민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물건을 골라 예쁘게 포장하고, 받는 사람의 표정을 상상하며 마음이 설레기도 하지요. 그런데 김은미 작가의 그림책 『선물』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엄마의 생일, 딸은 무엇을 준비했을까

『선물』은 엄마의 일흔 번째 생일을 맞아 딸이 엄마를 위한 생일상을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 딸은 미역을 불리고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서툰 솜씨로 선물도 준비합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생일 준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딸의 마음속에는 엄마가 살아온 시간이 함께 떠오릅니다. 젊은 시절의 엄마, 가족을 위해 늘 누군가를 챙기던 엄마, 그리고 이제 일흔이라는 시간을 지나온 엄마. 딸은 엄마의 생일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엄마라는 한 사람의 삶을 바라보게 됩니다.

엄마도 한때는 꿈 많은 딸이었습니다

우리는 엄마를 생각할 때 흔히 ‘엄마’라는 이름부터 떠올립니다. 밥을 차려주던 사람. 아플 때 곁을 지켜주던 사람. 가족의 크고 작은 일을 챙기던 사람. 그런데 엄마에게도 우리와 똑같이 어린 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고, 좋아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선물』은 바로 그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이 아니라, 우리처럼 한 사람의 딸로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것. 이 생각에 닿는 순간 그림책의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마음이 보입니다

젊었을 때는 엄마가 해준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밥을 차려주는 것도, 아픈 나를 걱정하는 것도,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도 나이를 먹고, 가족을 돌보는 삶을 지나오면서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 모든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작가 역시 딸이었을 때는 몰랐던 엄마의 삶을 자신이 엄마가 된 후에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세상의 엄마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선물

나이가 들면 선물의 의미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비싼 물건보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더 소중하고, 좋은 물건보다 “엄마, 잘 지내?”라는 한마디가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부모님에게 가장 받고 싶었던 것도, 가장 드리고 싶었던 것도 결국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물』 속 딸이 엄마에게 건네는 것은 단순한 생일 선물이 아닙니다. 엄마가 살아온 시간을 기억해 주는 것, 엄마의 수고를 알아주는 것, 그리고 이제는 엄마도 가족의 중심에서 잠시 내려와 편안하게 사랑받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아주 늦게라도 전하고 싶은 선물이 아닐까요.

나에게도 묻고 싶어지는 그림책

책을 덮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살아온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참 고마운 시간이었을까.’ 『선물』은 엄마를 위한 그림책인 동시에,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님이 계신 분이라면 책을 읽고 난 뒤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엄마를 떠나보낸 분이라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오를 수도 있겠지요. 선물은 꼭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물건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한 시간도 선물이고, 기억도 선물이고, 늦게라도 전하는 고마움도 선물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은미 작가의 『선물』은 그런 마음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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