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인생 그림책, 백 살까지 살아보니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100 인생 그림책
하이케 팔러 글 ·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 김서정 옮김

‘인생’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거창한 것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성공해야 할 것 같고,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 것 같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100 인생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어쩌면 대단한 사건보다 아주 평범한 하루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100살까지의 인생을 그림책으로 만난다면 『100 인생 그림책』은 한 사람의 삶을 0세부터 100세까지 바라봅니다. 태어나 처음 세상을 만나는 순간부터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고,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까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이어집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사람의 인생’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도 지나온 시간이 있고 아직 만나지 못한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는 몰랐던 것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했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꽃이 피는 것도 기다려야 하고,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일은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된다는 것을요.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정말 소중했던 순간들은 오히려 별것 아닌 것처럼 지나간 날들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었던 날. 누군가와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던 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조용히 앉아 있었던 오후. 그때는 그냥 하루였는데 돌아보니 그 하루가 인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60대에 다시 보는 인생

이 책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것은 아마 지금의 나이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100세까지의 인생을 하나의 긴 미래처럼 바라보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미 지나온 장면들이 보이고 그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도 보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예전에는 미래를 생각하면 무엇을 더 이루어야 할지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평범해서 아름답다. 표지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베란다에 사람이 앉아 있고 옆에는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화려한 풍경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그런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고 밥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고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웃고 그러다 어느 날 뒤돌아보면 그 평범했던 날들이 모두 내 인생이 되어 있는 것. 그래서 지금의 하루를 조금 더 소중하게 바라보고 싶어집니다.

오늘이라는 페이지

『100 인생 그림책』을 읽으며 내가 몇 살까지 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오늘이라는 페이지는 지금 내가 쓰고 있다는 것. 그러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면 배우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가보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표현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그저 조용히 쉬어도 괜찮겠습니다. 인생은 꼭 특별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늘의 작은 행복 하나도 언젠가는 나의 인생에서 다시 만나는 소중한 한 장면이 될 테니까요.

100살까지의 인생을 한 권의 그림책으로 바라보며 나는 지금 몇 번째 페이지를 지나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페이지에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따뜻하게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