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백 글 ·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어릴 때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었고, 공부도 잘하고 싶었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람이 되는 것보다 오래도록 나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그림책이 있습니다. 바로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의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 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주 튼튼한 수평아리로 태어납니다. 달리기도 잘하고, 높이 뛰기도 잘하고, 힘겨루기에서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란 수탉은 마침내 마을에서 가장 힘센 수탉이 됩니다. 젊고 힘이 넘치던 시절에는 모두의 부러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갑니다. 아무리 힘센 수탉이라도 늙어가면서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 책은 수탉의 일생을 통해 ‘최고’와 가족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힘이 없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저는 이 장면이 참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젊었을 때의 나는 분명 존재했는데 지금의 나는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 예전에는 쉽게 하던 일이 힘들어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생깁니다. 그럴 때 우리는 괜히 작아집니다. ‘내가 예전 같지 않구나.’ ‘이제 나는 별로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된 걸까.’ 하지만 이 그림책은 묻습니다. 정말 힘이란 젊었을 때의 힘만을 말하는 걸까요?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
수탉이 힘을 잃고 마음 아파할 때 아내가 그에게 보여준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자식들, 그리고 손자와 손녀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탉은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내가 가장 힘센 수탉이었던 시간만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키운 아이들이 자라고 그 아이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어느새 손자와 손녀들이 건강하게 뛰어노는 모습. 그 모든 것이 바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결과였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역시 이 책의 핵심 주제로 가족, 노년, 인생, 의미 등을 꼽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그래서 이 책은 아이만을 위한 그림책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다가오는 그림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누구보다 바쁘게 가족을 위해 살아온 부모님. 젊었을 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는 예전처럼 힘을 쓸 수 없지만 그들이 살아온 시간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에게 필요한 말도 이런 것인지 모릅니다. “당신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힘센 사람입니다.” 힘이 세서가 아니라 한 가족의 삶을 만들어왔기 때문에요.
나에게도 힘센 시절이 있었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도 한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밤을 새워도 괜찮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어떻게든 해냈고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지나왔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특별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그저 살아야 하니까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결코 작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예전보다 힘이 약해졌다고 해서 내 인생의 가치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진짜 힘센 사람은 누구일까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은 어린이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가가고, 어른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특히 가족 그림책, 부모님과 함께 읽는 그림책,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는 그림책, 노년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찾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진짜 힘은 누군가를 이기는 힘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을 받아들이는 힘, 그리고 다음 세대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뻐할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약해졌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시간만큼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은
가장 힘이 센 수탉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사랑할 줄 아는 수탉이 아니었을까.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의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지만, 오늘은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 한 번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함께 기억하고 싶은 키워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 이호백 / 이억배 / 재미마주 / 그림책 추천 / 가족 그림책 / 부모님 그림책 / 할아버지 할머니 그림책 / 노년 그림책 / 인생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 아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